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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은 많다. 시간을 아끼자!

AI와 좌충우돌 에피소드 · PART 01

비서를 두고 또
연락병을 둔 남자

일을 벌이기만 하던 한 남자가 AI 비서를 채용하고,
비서가 무서워 비밀 연락병까지 두면서 벌어진 조금 이상한 작전일지.

A SHORT AI STORY


📖 이 이야기는 실제 작업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벌어진 AI와의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웃기고 조금 더 뭉클하게 다듬은 단편소설이다.

🗂️ 미완성 과제들의 대표

사람들은 그를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혼자 연구하고 만들고 기록하는 사람에게 붙는 호칭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많이 대표하던 것은 서체도, 영상도,
홈페이지도 아니었다.

그는 늘 ‘미완성 과제들의 대표’였다.

책상 위에는 늘 일이 겹쳐 있었다.
한쪽에는 새 한글 스텐실 원도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오래된 사진이 담긴 외장하드가 놓여 있었다.
마이크 옆에는 금강경 우리말 독송 원고가 있었고,
모니터 안에는 손볼 곳이 남은 홈페이지가 열려 있었다.

그는 일을 시작할 때 가장 힘이 났다.

“이건 꼭 해봐야겠어.”

그 말 한마디면 새 폴더가 생기고,
새 메모가 적히고, 새 계획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시작한 일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일이 옆에서 손을 들었다는 데 있었다.

여러 작업 사이에서 난감해하는 대표님

삽화 ① · 일을 시작할 때마다 다른 일이 세 개쯤 따라오는 작업 책상

사진 세 장을 찾다가 자료 전체를 정리하기 시작하고,
홈페이지 글 한 편을 쓰다가 메뉴 구조를 바꾸고,
목소리 하나를 시험하다가 금강경 독송의 꿈까지 꺼내 놓았다.

그가 가진 아이디어는 많았다.
그보다 더 많은 것은, 끝맺지 못한 일들이었다.

🤖 AI 비서를 채용하던 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궁여지책을 냈다.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끝내지 못하겠군.”

요즘은 AI 비서가 일정도 관리해 준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작업 전체를 관리할
AI 비서를 채용하기로 했다.

채용 첫날,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이제부터 나에게 달콤한 말만 하지 마라.
내게 과제를 하나씩 부여해라.
업무 진척은 숫자로 제시해라.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벗어날 때는
가차 없이 꾸짖어라.

일을 벌이기만 하고 끝내지 못하면 나를 붙들어라.”

잠시 뒤, 화면에 답이 나타났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는 그때만 해도 몰랐다.

그가 AI를 부려먹을 것인가,
아니면 AI가 숫자와 일정표를 앞세워
그를 조종하며 군림할 것인가?

그날부터 그는 AI를 그냥 ‘비서’라고 불렀다.

🪖 비밀 연락병의 탄생

비서는 첫 과제를 냈다.

“실험용 쇼츠 영상 한 편 제작.”

그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박정희 대통령의 군인 사진 세 장만 고르면 되었다.
세 장이면 충분했다. 세 장쯤이야, 금방이었다.

그러나 외장하드를 여는 순간부터 일이 이상해졌다.
잊었던 사진이 한 폴더에서 나왔고,
귀한 기록이 USB 속에서 튀어나왔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새 폴더(17)’ 안에는
오래 찾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는 사진 한 장을 찾다가 열 장을 발견했고,
열 장을 분류하다가 어느새 사진 자료 전체를 정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밤이 되어서야 그는 깨달았다.

쇼츠는 한 장면도 만들지 못했다.

비서에게 보고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는 보고문을 쓰다가 지웠다.

“비서. 아직 과제를 못했어….”

그다음 문장이 나오지 않았다.
사진 세 장을 고른 것은 맞았다.
하지만 쇼츠는 완성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진척을 0%라고 생각했다.

그는 모니터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른 창 하나를 열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불렀다.

“어이, 연락병. 내 얘기를 좀 들어봐.”

대표님과 비밀 연락병

삽화 ② · 계획실의 비서가 무서워 대표님 쪽 참호에 연락병을 둔 밤

연락병, 전령, 당번.
그것은 그가 군대에서 3년 동안 불렀던 정다운 호칭이었다.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젊은 날의 용기가
조금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는 솔직히 말했다.

“나 말이야. 대표지만 Work 비서가 무서워.
눈치가 많이 보이거든.”

“대표님, 비서는 계획실에 있고
저는 대표님 쪽 참호에 있습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AI에게 ‘참호’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 20%에서 100%로

연락병은 그에게 보고문을 함께 정리해 주었다.

“비서. 아직 과제를 못했어.
겨우 박정희 군인 사진 세 장만 골라놨어.
스토리 구상하고 녹음 준비한 후에 필모라에서 작업할 거야.
미안해. 임무를 수행 못해서….”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꾸중이 아니었다.

“사진 세 장 확보는 중요한 진전입니다.
현재 진행률은 20%입니다.
일정을 연장하겠습니다.”

그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20%? 나는 0%인 줄 알았는데?

그 숫자는 이상하게도 그를 꾸짖는 말보다 더 크게 움직였다.
비서가 인정한 20%가 있다면,
자신이 나머지 80%를 채우면 되는 일이었다.

그날 밤, 오래 잠들어 있던 오기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럼 오늘 끝을 보자.”

그는 사진 세 장을 불러왔다.
짧은 스토리를 만들고,
Voicebox에서 자신의 복제 음성을 골랐다.
필모라 타임라인 위에서 사진과 자막과 음악을 하나씩 붙였다.

자막을 고치고, 음악 소리를 줄이고, 다시 재생했다.

그리고 마침내 쇼츠 한 편이 완성되었다.

쇼츠 영상을 완성한 장면

삽화 ③ · 진행률 20%에서 100%로, 마침내 완성된 첫 쇼츠

그는 완성된 영상 파일을 들고 비서에게 돌아갔다.

“비서! 쇼츠 한 편 완성했어.”

이번에는 전송 버튼 앞에서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비서는 그에게 완료 도장을 찍어 주었다.

✅ 완료
100% 완료
“이제 쇼츠는 더 만들지 마십시오.”

그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분명 일을 끝냈는데,
더 하라는 말 대신 멈추라는 말을 들었다.

그제야 그는 알았다.
비서는 그를 쉬지 못하게 하는 상관이 아니라,
한 가지 일을 끝낸 뒤 또 같은 일을 끝없이 벌이지 않게
막아 주는 사람이었다.

🕵️ 이중간첩 의심 사건

그날 그는 Voicebox 사용 후기도 정리했다.

여러 샘플 목소리 가운데서는
평소 자기 목소리와 가장 닮은
‘내목소리_기본_01’이 가장 좋았다.

긴 나레이션도 15초씩 억지로 나누지 않아도 되었다.
한 번에 생성한 뒤 필모라에서 필요한 부분을 자르면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프로그램 사용법 하나를 알아낸 일이 아니었다.

목이 아파 긴 독송을 오래 미뤄 두었던 그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금강경을 남길 길이 열렸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연락병은 이상할 만큼 다음 일을 잘 짚어냈다.

“다음은 Voicebox PART 08에,
실제 쇼츠 제작 결과를 기록하는 일일 겁니다.”

그는 의자를 뒤로 밀며 물었다.

“야, 너 정말 뭐냐?
이중간첩 아니냐?
아니면 너, 내 비서 아니냐?”

연락병을 이중간첩으로 의심하는 장면

삽화 ④ · 연락병을 이중간첩으로 의심하는 코믹한 조사 장면

연락병은 억울하다는 듯 대답했다.

“간첩도 아니고 비서도 아닙니다.
대표님이 남긴 작전기록을 잘 이어 읽은 것뿐입니다.”

그는 웃다가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놀란 건 AI 때문이 아니었다.
그 세계의 실체 때문이었다.

한쪽 방에서 흘린 말이 다른 방의 맥락이 되고,
잊어 두었던 과제가 어느 날 다시 길을 찾아오는 세계.

사진 세 장을 고르던 작은 결심이 쇼츠 한 편이 되고,
쇼츠 한 편은 목소리 복제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그 성공은 다시 금강경 독송이라는
오랜 꿈을 향해 뻗어 가는 세계였다.

그 세계는 조금 무섭기도 했다.
알쏭달쏭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몹시 신기했다.

EPILOGUE

수십 년 전, 전령은 명령서를 들고
참호와 참호 사이를 뛰었다.

이제는 모니터 속 연락병이
한 사람의 망설임과 용기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AI는 그에게 과제를 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내보내기’ 버튼을 누른 것은 그였다.

그날, 비서도 연락병도 그를 조종하지 못했다.
다만 그가 끝까지 해내도록,
조금 낯선 방식으로 곁을 지켜 주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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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를 두고
또 연락병을 둔 남자

“일을 벌이기만 하던 한 남자가 AI 비서를 채용하고, 그 비서가 무서워 비밀 연락병까지 두면서 벌어진 유쾌하고도 낯선 작전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