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폰트 개발 의미와 한계
한 인물의 글씨체를 폰트로 제작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위험한 일인지 모릅니다. 글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인품, 습관과 버릇, 사상과 철학이 있는 만큼 기계적인 언어로 인물의 성품을 표현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가’라는 글자가 필요한 단어를 보면 ‘가수-가락동-초가집-발명가-철수가’처럼 ‘가’자는 글씨로 쓸 때는 쓰임에 따라 모양과 크기와 강약의 표현이 다르지만 폰트로 제작된 ‘가’는 경우의 수를 모두 무시하고 오직 하나의 기계적인 언어 ‘가’만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최근 글꼴 제작회사에서 어떤 인물의 글씨체를 폰트화하여 ‘아무개 체’라고 발표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한글발전에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우리가 평소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보면 왠지 부럽고 흉내 내어 써 보고 싶은데 그런 예쁜 글을 누군가가 서체로 개발하여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름답고 예쁜 글씨는 앞으로 계속 제작 개발해야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인물서체를 개발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한글을 모두 표현하려면 자그마치 한글 2,350자, 영문 대소문자, 아라비아숫자, 심벌마크 등 무려 2,500여자를 만들어야만 글꼴폰트 하나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두고 어느 분이 비유한 것처럼, ‘한글 글꼴 제작은 팔만대장경을 조판하는 과정‘이라는 표현은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서체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고 전체적인 조화와 정렬을 맞추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작업에 지쳐버리고 끈기와 인내와의 싸움에서 져 결국 팔만대장경 조판 작업을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박정희 인물서체도 그렇게 벼르고 벼려왔던 작업, 몇 년을 묻어두었다가 생각이 나면 다시 꺼내 몇 자 작업을 하고…… 그러다 또 포기해버리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다다라 마침내 세상에 ‘박정희 폰트, KR_Park ChungHee Font”라는 이름으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 왜 박정희체인가?
그렇다면 그 많은 인물 중에서 왜 박정희일까? 내가 이러한 작업을 의도한 것은 지금부터 대략 30년 전 쯤의 일인 것 같습니다. 서체도 개성에 따라 변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광수생각’이라는 만화에서 ‘광수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서체에 대한 새로운 현상이 일어났는데 글씨는 꼭 아름답고 예뻐야 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개성을 요구하는 새 바람이 분 적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먼저 어떤 인물의 서체를 만들 것인가 인물 선택이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얼른 머리에 스쳐지나갔습니다. 朴正熙 大統領!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큰 획을 남기신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기간 동안 수많은 휘호, 기념탑 비문, 메모 기록물, 연설문, 서간문 등 비망록을 전국 방방곡곡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의 필체는 어느 누구에게도 찾아 볼 수 없는 투박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독특한 글씨였습니다.
해방 후 질곡의 현대사의 한 가운데 선 18년 장기집권의 역사적 수레바퀴가 한 바퀴 돌아 소위 ‘민주화’라는 시대가 도래해 박대통령의 친필 ‘광화문‘ 현판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는 광경을 침통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저러다간 앞으로 전국에 산재한 박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조형물이 하나 둘씩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은 안타까움에 후대까지 그의 필체를 보존하여 역사적 자료로 남길 방법은 오직 하나! 글꼴 폰트화 작업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의 붓글씨를 보면 감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렬하면서도 투박한 것이 특징입니다. 필체는 힘이 넘치며 빠른 삐침으로 군인정신의 강한 기합을 불어넣어 살아 꿈틀거리는 듯합니다. 서예 평론가들 조차도 ‘질박하면서도 선이 굵은 글씨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펜글씨체 역시 또박또박 하게 써내려가며 자신감을 나타내는 한편 유려함이 돋보이는 필력을 보여줍니다.
▒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체 재구성하기로
박대통령의 글씨를 폰트화하는 작업에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직면한 것은 자료 부족 문제였습니다. 박정희기념관에도 서체에 관한 자료는 빈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인물글꼴의 대상 인물이 생존해 있다면 이런 글은 어떻게 쓰는지 글씨를 받아오면 되지만 그럴 형편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 남은 자료를 바탕으로 서체 제작의 기본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만 했습니다.
서체제작에 있어서 제작자의 주관적 사고를 버리고 오직 박대통령의 필법에 따른 고유한 필력의 정신을 형상화시켜 객관적인 판단에서 서체 구성을 형성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러한 근본 취지를 바탕으로 서체작업에 임한 기준점은 (1) 균형과 배열에 구애 받지 말 것 (2) 획이 비뚤고 굵고 가늘다손치더라도 원형을 최대한 살려나가자는 식으로 한 자 한 자를 완성형으로 다듬어 제작하였습니다.
제작한 폰트는 크게 두 종류도 나누어집니다. 붓글씨M체, W체, V체와 펜글씨P체, ROK체인데 폰트이름에는 모두 ‘박정희’ 이름이 들어갑니다.
‘박정희국력체M’은 붓글씨 표준체이며 ‘박정희국력체W‘는 붓글씨 광폭체이고 ’박정희국력세로글V체‘는 세로글로 쓰기 좋도록 정렬하였습니다. 펜글씨체인 ’박정희새마을체P‘는 본문용 흘림 펜글씨체이며 ‘박정희조국근대화체ROK’는 본문용 정자 펜글씨체입니다. 개발 제작한 폰트는 앞으로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며 더불어 한글 11,172자를 모두 표현해야할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아울러 박대통령의 힘 있는 漢子 붓글씨체 제작은 긴 시간을 두고 숙제로 남겨 놓습니다.
▒ 좋은생각 사이트와 박정희폰트 사이트는 같은 사이트입니다.
‘좋은생각-박정희폰트’ 사이트는 kimfont.com이며 여기에는 박정희 글꼴을 만든 과정과 후일담 기타 서체 제작에 필요한 이야기 등을 블로그 형식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갈 것이며, 박정희폰트는 parkfont.com로 사이트를 개설하여 박정희폰트에 대한 내용만 따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한 사이트에 모든 것을 묶어 놓는 것이 너무 복잡해서 분리한 것입니다. (*** parkfont.com은 현재 작업 진행 중이므로 개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박정희 서체는 공익적으로 사용되야
오늘날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역대 최고의 대통령을 꼽으라면 국민 60%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는 분이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그것은 아직까지 한국 국민의 정서 속에 조국의 근대화와 산업 부흥을 이끈 요지부동 1위의 지도자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5천년 가난의 역사에서 민초를 위한 성군이 많이 계셨지만 진정 백성에게 곪은 배 채워 준, 아니 배 곪지 않게 배를 채워준 군주가 어디 있습니까? 위대하신 세종대왕이 ‘한글’로 민족의 혼을 일깨웠다면 박정희 대통령은 인간의 원초적인 기아문제를 해주신 분입니다. 역사는 돌고 돌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격동했던 한 시대의 혁명가에 대한 평가는 후세 사가들의 몫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태산 같은 업적에 비하면 이 글꼴작업은 티끌에 불과하여 행여 그분께 누가될까 조심스럽지만 수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는 일개 서생이 오직 열정 하나만으로 영원히 사장 될지도 모를 역사적인 인물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를 재현해 낸다는 것에 대하여 오늘에야 세상에 내 놓게 되면서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홀가분한 기쁨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부디 ‘Park ChengHee Font”로 명명된 이 서체가 대한민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에 그의 업적과 더불어 널리 알려진 ‘박정희’ 이름처럼 한글 ‘박정희 서체‘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길 기대하면서 부디 이 서체가 공익적으로 이용되길 간절히 바라며 여러분의 관심어린 충고와 사랑을 기대합니다.
2015년 5월 29일 필자